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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팀 분석

'지단 최전성기, 앙리 유망주 시절' 1998 프랑스 대표팀 월드컵 우승 스쿼드+전술 분석까지!!

by 나초미쵸 2022. 6. 19.

무려 60년 만에 프랑스에서 재개최된 1998년 월드컵은 개최국 프랑스에게 의미가 깊은 대회다. 프랑스는 1994 미국 월드컵 시작 전, 이스라엘에 지역 예선에서 2-3으로 패배해 출전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그 직전 월드컵인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지역 예선 탈락했다. 이로 인해 프랑스는 월드컵 본선 티켓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 탈락의 불안함을 안고 여정에 올랐다.

이런 전적과 심리적 부담감의 여파로 프랑스는 전력상의 큰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수비와 미들진은 역대급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말이다. 한편, 이 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거론되었던 팀들은 이탈리아와 브라질이었다.

이탈리아는 말디니, 칸나바로 코스타쿠르타, 네스타, 토리첼리, 델피에로, 바조, 인자기, 비에리 같은 세리에A 슈퍼스타들을, 브라질은 카푸, 아우디이르, 호베르투 카를로스, 둥가, 히바우두, 에메르송, 제 호베르투, 호나우두, 베베투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보유했었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어떻게 이 강력한 우승후보들을 제치고, 자국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프랑스 스쿼드(4-3-2-1 or 4-2-1-2)

1998 프랑스 xi
프랑스 스쿼드

GK

바르테즈

프랑스 골키퍼 장갑은 바르테즈가 착용했다. 바르테즈는 말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예능인으로 명성을 떨쳣지만, 그 이전에는 프랑스 최고의 골키퍼였다. 대회에서 덴마크와 크로아티아에게 각각 1실점을 했지만,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바르테즈는 이 대회에서의 활약으로 야신상과 옹즈도르 2위에 오르는 등 영광을 누렸다. 참고로 옹즈도르에서 골키퍼가 순위에 오른 경우는 바르테즈가 지금까지도 유일무이하다고 한다.

DF

튀랑

수비진은 그야말로 철의 포백으로 구성되었다. 왼쪽부터 리사라수, 블랑, 드사이, 튀랑 순이다. 먼저 왼쪽 풀백 리사라수의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축구 팬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자료를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는데,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한 레전드 풀백이라고 한다. 최전성기 시절 리사리수에게 호되게 당한 월드클래스 선수들로는 데이비드 베컴, 루이스 피구, 가이즈카 멘디에타 등이 있다.

센터백 듀오 블랑과 드사이. 이 둘은 그야말로 몸으로 상대 공격수를 찍어 누른다는 말이 걸맞은 듀오다. 두 선수의 평균 신장은 190cm가 넘었고, 공중볼 경합에서 밀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다만, 두 선수 모두 체구가 거대하다보니 발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축구 대통령으로 일컬어지는 로랑은 이러한 단점을 본인의 축구 지능으로 커버했다. 순간적인 라인 컨트롤로 프랑스 수비진은 뒷공간을 쉽사리 내주지 않는 모습을 연출했다.

오른쪽 풀백은 튀랑이다. 튀랑은 프랑스 국가대표 역대 경기 최다 출장자이며, 둘 골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 두 골은 모두 이 월드컵에서 나왔다. 무려 결승 길목 앞에 서있던 크로아티아와의 4강전에서 말이다. 튀랑은 실점한 지 1분 만에 동점골을 뽑아냈고, 70분 경에는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튀랑은 대회 내내 이러한 인상적인 활약으로 브론즈볼을 수상했다.

MF

지단

3미들은 데샹, 프티, 카랑뵈로 이루어졌다. 현 프랑스 국가대표 팀을 이끌고 있는 데샹은 포백 보호와 공을 공급해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에 위치했다. 8강에서 만난 이탈리아의 비에리, 델 피에로, 결승에서 만난 브라질의 호나우두, 베베투 투톱을 잘 막아냈다.

좌우 미드필더인 프티와 카랑뵈는 정말 무시무시한 활동량으로 경기장을 누볐다. 특히 윙어가 없는 4-3-2-1 시스템에서는 3미들의 좌우 미드필더가 측면과 중앙을 오가야 하는 역할을 맡는데, 프티와 카랑뵈는 그런 부분에서 아주 최적화된 선수들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지단과 조르카에프가 위치했다. 지단이야 뭐 이 당시에도 누구나 인정하는 슈퍼스타였다. 화려하지만 효율적인 개인기와 감각적인 전진 패스, 경기 조율 능력 등 플레이메이커가 갖춰야 할 능력들을 모두 갖춘 지단은 프랑스의 독보적인 에이스였다.

조르카에프는 동 포지션인 지단에게 묻힌 감이 없잖아 있다. 그러나 경기를 보면 절대 지단에게 묻힐 만한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 동료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본인이 그 공간으로 직접 침투하기도 했다. 또한 발기술도 화려했으며, 골 감각 역시 타고난 선수였다.

FW

앙리

신예 티에리 앙리, 다비드 트레제게와 부진을 겪던 크리스토프 뒤가리를 제치고, 프랑스의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꿰찬 기바르쉬. 그에게는 프랑스 크리스마스 대형의 꼭짓점을 맡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리그와 UEFA 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기바르쉬한테 많은 이들의 귀추가 주목되었다. 그러나 기바르쉬는 놀랍게도 대회에서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는 불명예를 떠안고 우승 멤버가 되었다. 훗날 올리비에 지루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비슷한 처지가 된다.

<1998 프랑스 주요 전술 분석>

먼저 프랑스는 4-3-1-2 내지 4-3-2-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이 포메이션의 기본적인 특징들을 먼저 알고 가는 것이 프랑스의 전술 분석에 도움될 것이다.

먼저 이 포메이션은 전문 윙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측면보다 중앙에 많은 선수들을 배치해 중원 싸움에서 상대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역시 전문 윙어가 없다보니 감독들은 공격 상황에서 측면을 어떻게 메워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가 존재한다.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가 팀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 대표팀에서는 지단과 조르카에프가 그랬다. 이 두 선수는 최대한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했고, 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다만, 공격적인 역할에 치중되어 있는 선수들인 만큼, 수비 가담이 적은 편이었다. 그래서 3미들에 위치한 선수들의 수비 능력이 반드시 요구되었다.

이런 문제로 최근에 와서는 공격의 시발점이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레지스타에게 맡겨지는 경우가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잡았다.

카랑뵈 측면 이동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의 공격 상황, 이 장면에서는 프랑스가 어떻게 공격하고자 했는지 잘 나타난다. 먼저 플레이메이커 조르카에프는 경기 중에 스트라이커 기바르쉬와 투톱처럼 나란히 서 있는다. 하지만 위의 상황처럼 중앙 지역으로 내려와 직접 볼을 운반하기도 했다. 그런데 조르카에프가 내려오게 되면 기존의 중앙 미드필더와 포지션이 겹칠 뿐만 아니라 전방에 공격 숫자가 부족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프랑스는 조르카에프가 내려오는 지역에 있던 카랑뵈를 전방으로 올려보냈다. 하프 스페이스가 아닌 터치 라인 부근으로 말이다. 이는 카랑뵈의 개인 능력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카랑뵈는 탈압박을 곧잘하는 미드필더이긴하나, 창의성을 불어넣어주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이로 인해 카랑뵈는 측면에 배치되어 하프 스페이스 공간을 넓히는 역할을 맡았다.

한편, 이 상황에서 프티는 조르카에프가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자 곧바로 전방으로 뛰어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는 프티를 마크하는 삼파이우의 라인을 내리기 위함이다.

여기서 잠시 프티를 짚고 넘어가 보면 프티는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당대 최고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였다. 경기를 읽는 능력도 정말 좋고, 그에 따른 판단을 내리는 결단력도 최고였다. 가끔씩 리사라수가 오버래핑 이후 복귀가 늦을 때 프티는 미친듯이 뛰어가 리사라수의 자리를 커버하고는 했다.

카랑뵈 측면 이동(2)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

이 장면도 마찬가지다. 주전 플레이메이커 지단과 조르카에프는 자유로운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경기장을 자유롭게 누볐다. 풀백이 측면 높은 위치까지 올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 둘이 라인을 내리면 카랑뵈는 여지없이 측면으로 빠졌다.

카랑뵈의 이러한 주목받지 못하는 희생 플레이 덕에 지단과 조르카에프가 마음껏 경기장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었다. 덧붙여서 지단과 조르카에프는 측면에서보다 하프 스페이스, 중앙 지역에서 힘을 발휘하는 선수들이어서 당시 감독이 카랑뵈를 측면에 고정시킨 이유도 있다.

+프티도 마찬가지!

프랑스 vs 크로아티아

프랑스의 삼각 고리

1998 월드컵 결승전

앞서 말했듯이 지단과 조르카에프는 경기 내내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져갔다. 후방 빌드업 시에 센터서클 부근으로 내려오기도 하고, 터치라인 부근으로 빠져서 플레이하기도 하고, 지금처럼 비슷한 지역에서 패스를 주고 받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는 프티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원래 같았으면 지단과 조르카에프가 모두 공격 작업에 관여하고 있어 공이 운반되는 지역에서 오프 더 볼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는 선수는 스트라이커 기바르쉬밖에 남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상대 수비진은 기바르쉬만 막으면 되어서 수비하기에 매우 쉬워진다.

프티는 프랑스에게 이런 상황이 닥치는 것을 깨뜨리기 위해 빠르게 스프린트를 가져갔다. 이어진 상황에서 조르카에프는 지단의 패스를 받으면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진다. 뛰어 들어가는 프티에게 곧바로 킬 패스를 넣어주는 첫 번째 방법, 그리고 프티가 상대 수비수 바이아누를 끌어내리면 프티가 있던 공간으로 빠른 드리블로써 치고 들어가는 두 번째 방법이 있다.

프티는 경기 내내 이런 움직임을 가져갔다고 보면 되기 때문에 현역 시절 클럽에서나 대표팀에서나 감독, 선수, 그리고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선수였다.

프랑스 수비 전형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는 중원에서 볼 다툼을 하는 상황에서 수비 전형을 갖출 때 다음과 같은 포지셔닝을 취했다. 공 주위에 많은 선수들을 불러들여 중원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고, 공을 탈취했을 경우에는 곧바로 역습을 전개했다.

하지만 중원 3미들의 모든 선수들을 중원 볼 다툼에 가담시킬 경우 좌우 밸런스가 급격히 무너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프랑스는 볼에 관여하지 않는 선수 한 명을 반대편에 배치시켜 좌우 밸런스가 깨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다.

지금 위의 상황에서는 카랑뵈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카랑뵈가 히바우두와 호베르투 카를루스를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정확히 서 있어 공을 소유한 호나우두는 반대편으로 공을 쉽게 전환할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 1998년도 프랑스 대표팀의 스쿼드와 전술을 분석해봤다. 솔직히 옛날 선수들의 플레이와 명성을 글이나 게임 능력치로 접했을 때는 그 실력이 어땠는지 감이 안 왔다. 그런데 실제로 경기를 보니 왜 후대에 전설급으로 분류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글을 읽고, 혹여나 당시 프랑스 대표팀의 경기력이 궁금하다면 유튜브 피파 공식 채널에 들어가서 풀 경기를 시청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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