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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팀 분석

'뭔가 애매한데..' 2022 한국 축구 대표팀 명단+후방 빌드업, 수비 문제점

by 나초미쵸 2022. 6. 4.

어느덧 월드컵의 개막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4강 신화를 이룬 2002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월드컵 성적을 돌이켜보자. 2002년 4강, 2006년 조별 리그 탈락(3위), 2010년 16강, 2014년 조별 리그 탈락(4위), 2018년 조별 리그 탈락(3위)으로 2010년 이후 16강 진출 기록이 전무하다.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 전력 상의 부실함,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미스 등으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다르다.

벤투 감독은 2018년에 부이해 현재까지 대표팀 감독직을 역임하고 있어 우리 대표팀의 특성과 전술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리고 공격, 중원, 수비진까지 좋은 선수들이 두루 있다. 공격에는 명실상부 에이스 손흥민, 중원에는 전천후 미드필더 황인범, 수비에는 괴물 수비수 김민재가 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매치가 있기 전에 설레발은 금물이라지만, 이번 월드컵은 왠지 모르게 기대감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간에는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의 명단과 그 전술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 베스트 일레븐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낄 것으로 보인다. 김승규는 원래 선방에만 능력이 치중되어 있는 선수였다. 그런데 벤투 감독이 대표팀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로는 발밑도 눈에 띄게 향상했다. 따라서 현재는 상대의 전방 압박이 들어와도 여유롭게 공을 처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현우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기점으로 '선방 장인'이라는 수식어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 골키퍼에게도 발밑 능력은 중요해졌다. 골키퍼가 킥으로써 빌드업을 전개할 때 원하는 대로 공이 가지 않으면 상대팀에게 공격권을 쉽게 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현우는 아쉽지만, 세컨드 골키퍼로 물러나게 되었다.

수비 라인은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김태환으로 굳혀진 듯 보인다. 센터백 김영권과 김민재는 몇 년 째 대표팀의 붙박이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하고 있다. 서로 상호보완적인 장단점들을 갖추고 있어 오는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센터백 듀오로 나설 것이다.

한편, 풀백은 주전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었다. 왼쪽은 김진수, 홍철이 쟁탈전을 치렀고, 오른쪽은 이용, 김태환, 김문환이 그랬다. 벤투 감독은 이들의 소속팀 활약 여부, 대표팀에서의 꾸준한 로테이션을 가동해 실력을 평가한 결과, 왼쪽에 김진수, 오른쪽에 김태환을 주전 선수로 못 박았다.

중원은 정우영, 황인범, 이재성이 꾸린다. 먼저 정우영은 강팀과 맞붙을 때 타이트한 압박에 취약하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상대가 자리를 지키는 수비 전술을 들고 나온다면 시원한 롱킥으로 측면에 좋은 공을 배급해준다. 정우영의 대체자로는 백승호가 있다. 백승호는 K리그에 입성한 뒤로 딥 라잉 프렐이메이커 혹은 홀딩 미드필더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어 어쩌면 월드컵 기간에 정우영이 아닌 백승호를 보게 될 수도 있다.

같은 라인 선상에 있는 황인범과 이재성이지만, 황인범은 빌드업에 좀 더 치중해 정우영을 보좌하고, 이재성은 빌드업보다는 페네트레이션 단계에서 힘을 쏟을 공산이 크다. 이재성은 측면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자원이기 때문에 공격 시 황희찬이 중앙으로 좁히고 이재성이 측면으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대표팀은 4-3-3과 4-2-3-1, 4-4-2를 넘나드는 포메이션을 사용할 전망이다.

백업자원으로는 김진규, 이동경 뿐만 아니라 김동현, 조유민, 고승범 같은 신생 자원들도 있다.

3톱은 명실상부 국대 에이스 손흥민과 프랑스 리그 두 자릿수 득점 황의조, 황소 황희찬으로 구성된다. 손흥민은 2021-22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라는 엄청난 명예를 안았다. 심지어 논 페널티(Non-Penalty goals)로써 말이다. 확실히 손흥민은 국가대표 팀에서도 상대팀에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

손흥민이 상대팀에 집중되는 사이 황의조와 황희찬은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사실 상대팀이 손흥민을 집중 마크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에게 기회가 마냥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이들 역시 공간을 호시탐탐 노리고 현재 공격의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플레이에 임해야 한다. 패스가 나올 수 있는 공간과 침투가 가능한 공간의 타이밍의 맞물림이란 찰나이기 때문이다. 이 세 명이 보유하고 있는 장기가 강팀을 상대했을 때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발휘할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이 세 선수가 누구보다 열심히 뛴다는 것 하나만은 경기를 보는 내내 인식하고 있다.

 

후방 빌드업 문제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 한국은 1-5로 대패했다. 이 날 한국은 세계 랭킹 1위 브라질을 상대로 고전했다. 우리 선수들은 홈 어드벤티지를 부여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 개인 기량과 조직력 면에서 브라질 선수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선수들이 갖고 있는 기존의 개인 역량 차이를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우리의 탄식을 이끌어낸 장면은 후방 빌드업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각 장면을 보면서 생각해 보자.

 

STEP 1

공을 소유한 골키퍼 김승규는 상대 브라질 공격수 둘 사이에 있는 정우영에게 패스를 넣어 줬다. 김승규는 상대의 압박이 들어와도 흐름에 맞춰 여유로운 패스를 동료 선수에게 줄 수 있다는 점이 국대 NO.1인 이유다.

 

이 장면에서만 보면 정우영은 노마크 상태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날 숨막히는 전방 압박을 보여준 브라질을 상대로 우리 선수들은 후방에서 볼 소유 시간을 길게 가져가면 절대로 안 됐다. 이어진 상황에서 루이스 파케타를 유심히 보자.

 

STEP 2

황인범 쪽에 있던 루이스 파케타는 정우영에게 공이 연결되자마자 그를 향해 전력으로 뛰어갔다. 정우영은 공을 받기 전 숄더 체크(고개를 돌려 어깨 너머로 주변 상황을 확인하는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이없는 후속 동작을 이어간다.

 

STEP 3

정우영은 상대가 달려오는 방향으로(!) 터닝 동작을 이어갔다. 공을 소유한 선수가 공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대-나-공 순으로 있어야 소위 등딱으로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위의 상황에서는 상대-공-나 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저 때 상대가 달려오는 속도는 정우영이 백승호에게 패스를 줄 수 있는 속도보다 현저히 빨랐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STEP 4

어깨를 먼저 넣어 공 소유권을 인정받은 파케타는 우리나라의 위험 지역에서 좋은 커팅을 해냈다. 반대로 말하면 정우영은 가장 중요한 포지션에서 볼 간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다.

 

수비 문제

우리나라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선수비 후역습으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잡아낸 바 있다. 당시 우리의 수비는 견고했고 골키퍼 조현우의 활약상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는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왜 그랬는지 여러 장면들을 통해 알아 보자.

 

STEP 1

왼쪽 중앙 미드필더 백승호는 프레드를 마크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의 시선과 몸의 방향은 프레드가 아닌 카세미루에게 향해 있다. 이때 카세미루는 정우영과 백승호 사이 공간에 위치해 있는 히샬리송에게 공을 건넸다.

 

히샬리송이 공을 받은 순간 프레드는 곧바로 몸의 방향을 바꿨다. 반면 백승호는 그 전부터 스타트를 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본인이 달려오던 스피드를 주체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미들진과 수비잔 간의 간격이 벌어진 것을 자초했다. 

 

백승호의 이런 미스로 인해 넓은 공간에서 완벽한 노마크 찬스가 된 프레드는 히샬리송의 리턴 패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백승호가 프레드 근처에 다다랐을 때 프레드는 이미 슈팅 동작의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프레드가 중거리 슈팅에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가 아니었기에 유효슈팅에 그쳤지, 만일 중거리 슈팅에 일가견 있는 선수가 아크 정면에서 동일한 찬스를 맞이했더라면 스코어 차가 더 벌어졌을 것이다.

 

STEP 1

이번에는 마르퀴뇨스가 중원에서 공을 잡은 상황, 이미지 상에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브라질은 2-3-5 포메이션, 우리나라는 4-5-1 포메이션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 수비의 문제점은 우리 수비 숫자가 상대 공격 숫자보다 한 명 적다는 것이다. 즉 4대 5로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서부터 내려져 온 수비의 정석적 플레이는 우리 수비 숫자가 상대 공격 숫자보다 동등하거나 한 명 이상은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 선수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효과적으로 수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위 장면에서도 보이다시피 수비 숫자 하나가 부족하다. 왼쪽 측면의 파케타가 매크맨 없이 손을 들며 공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했을까?

 

STEP 2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황희찬이 움직임을 가져가야 했다. 황희찬은 알렉스 산드루 쪽을 의식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황의조가 이미 산드루 쪽으로 향하는 패스 길목을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희찬은 수비 라인으로 내려가 상대 공격 숫자와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의 수비였다. 즉 5-4-1 포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이 베스트였던 것. 위 장면에서 마르퀴뇨스는 좌우전환을 통해 우리 수비를 흔들면서 왼쪽에서 좋은 기회를 창출했다.

 

이 날 브라질은 4-3-3으로 나왔지만 2-3-5 같은 변칙적인 포메이션 변경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 점차 유수의 감독들이 양쪽 풀백을 중원에 배치시키고, 중앙 미드필더들을 1선에 올리는 전술을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이 점들을 사전에 인지했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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