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칼럼

'이스탄불의 기적' 리버풀 vs AC밀란: 챔스 역사상 최고의 역전

by 나초미쵸 2021. 6. 13.

적어도 내가 본 챔스 경기 중에서는 이 경기가 가장 짜릿했다. 볼거리, 긴장감, 역전승, 전술, 언더독의 반란 등 모든 흥미로운 요소들이 어우러진 경기였다.

 

당시 AC밀란은 맨유, 인터밀란, PSV 에인트호번을 꺾어 전통 강호의 위력을 보였고, 리버풀은 레버쿠젠, 유벤투스, 첼시를 꺾으며 꽤나 큰 전력 차를 뒤집은 언더독의 반격을 보여줬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만난 밀란과 리버풀의 스쿼드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transfermarkt

 

위 트랜스퍼마크트에서 제작한 당시 양 팀 베스트 11의 몸값만 보더라도 7,000만 유로(약 950억 원) 이상 차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AC밀란

밀란의 공수 밸런스는 환상적이었다.

 

수비 라인은 당대 최고의 말네스카(말디니, 네스타, 스탐, 카푸) 라인이었고, 중원은 피를로, 시도르프, 가투소, 카카로 이뤄졌다.

 

피를로의 후방 플레이메이킹, 시도로프와 카카의 공격 본능, 가투소의 수비력까지 중원의 조합도 대단했다.

 

투톱은 세브첸코와 크레스포. 크레스포는 첼시에서 죽 쑤고 임대를 온 상태라 폼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이 경기에서 전반에만 멀티골 박으며 클래스를 자랑했다. 세브첸코야 뭐 말이 필요 없던 월클 스트라이커였고...

 

그리고 골키퍼 디다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 반열에 올라있는 데다 페널티킥을 잘 막기로 소문났었다.

 

 

liverpool fc

 

리버풀

반면, 리버풀 쪽은 상황이 달랐다.

 

사비 알론소와 스티븐 제라드로 이뤄진 중원이라면 모를까 나머지 포지션은 밀란에 비해 크게 밀리는 모양새였다.

 

물론 리버풀의 전력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챔스 결승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았던 스쿼드인 데다가 상대가 밀란...

 

liverpool fc

 

경기 내용

경기가 시작되고 리버풀은 말디니에게 1분 만에 선제골을 헌납한 뒤, 전반 39분, 44분에 크레스포에게 카운터 펀치를 두 대나 맞으며 전반에만 3-0이 된다.

 

그러나 하프 타임 때 스티븐 제라드와 라파헬 베니테즈이 선수진 전체에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고 파격적인 전술 변화를 가져간다.

 

이것이 후반전에 큰 효과를 봤다.

 

제라드의 헤더 골을 시작으로 스미체르의 추격골, 알론소의 동점골까지 나오며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이게 더욱 대단한 것이 후반 54분, 56분, 60분, 6분 만에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렸기 대문이다.

 

결국 양 팀은 연장에 돌입하고 승부차기로까지 향했다.

 

승부차기의 주인공은 바로 리버풀의 골키퍼 예지 두덱.

 

liverpool fc

 

두덱은 원래 PK를 막을 때 현란한 동작을 선보이는 골키퍼가 아니다. 하지만 이날 캐러거가 승부차기에 돌입하기 직전, 상대의 주위를 분산시켜야 한다며 리버풀의 전 골키퍼였던 브루스 그로벨라의 움직임(댄스)을 모방하게 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두덱은 정신이 없어 캐러거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으나 PK가 시작됐을 때 이를 떠올리며 곧바로 실행한다.

 

두덱은 2번 키커 피를로와 5번 키커 세브첸코의 킥을 절묘하게 막아 이는 200% 이상의 성공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날 MVP는 캡틴 스티븐 제라드였다. 제라드가 첫 골을 넣은 뒤 관중들의 환호성을 유도한 장면, 우승 트로피를 드는 장면은 콥이 아니더라도 정말 멋있었다.

 

참고로 이 경기를 전술적으로 분석한 영상이 있으니 이를 시청하면 리버풀이 밀란을 어떻게 꺾었는지 이해하는 데 좋을 듯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n4sqWYpLzD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