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 시즌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했을 정도로 엄청난 전력을 자랑했습니다. 선수단의 상태나 분위기로 따지면 트레블 멤버들보다도 낫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 시즌에는 신흥 강자 첼시와의 인연이 질겼습니다. FA 커뮤니티 실드에선 1-1 상태에서 골키퍼 반 데 사르가 세 번의 페널티킥을 연속으로 막으며 우승했습니다. 그리고 리그에선 승점 2점 차이로 가까스로 우승을 차지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선 연장전 종료 이후 승부차기 끝에 첼시를 꺾고 빅이어를 들어 올렸습니다.
시즌이 개막하기 전, 팀의 레전드인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은퇴했고, 이밖에도 가브리엘 에인세, 주세페 로시, 제라드 피케, 앨런 스미스 등이 팀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선수 보강으로 이들의 빈자리를 잘 채웠습니다.
먼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위기에서 구한 카를로스 테베즈를 임대로 영입했다. 그 뒤로 안데르손, 루이스 나니, 오언 하그리브스 같은 유망주와 스타 선수들을 여럿 데려왔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리그에서의 초반 실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3라운드까지 2무 1패를 기록했고, 이후 5경기에서는 연속으로 클린시트를 기록했지만 1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1득점에 그치며 득점 가뭄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4점 이상의 대량 득점 경기도 많이 나왔고, 29라운드부터는 줄곧 리그 1위 자리를 지켜내며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FA컵
FA컵은 예상외로 약팀 포츠머스에게 패배해 탈락했습니다. 맨유는 64강, 32강, 16강에서 아스톤 빌라, 토트넘 홋스퍼, 아스날을 차례로 이겼고, 3경기 9골 1실점을 기록해 승승장구했습니다.
하지만 홈구장 올트 트래포드에서 포츠머스에게 1-0이라는 쓰라린 패배를 맞으며 트레블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차지한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F조에 배정돼 AS로마, 스포르팅 CP, 디나모 키예프와 한 조를 이뤘습니다.
맨유는 5승 1무로 손쉽게 16강에 진출했습니다. 16강에서 만난 리옹은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고, 합산 스코어 2-1로 맨유는 간신히 8강행을 밟았습니다.
8강 상대는 같은 조에 속했던 AS로마였고, 1, 2차전에서 팀의 핵심 공격수 라인인 호날두, 루니, 테베즈가 한 골씩 넣으며 합계 3-0으로 4강에 올랐습니다.
4강에서는 강팀 바르셀로나를 상대했습니다. 1차전은 0-0 무승부로 마무리되었지만, 2차전에선 전반 14분에 터진 폴 스콜스의 결승골로 챔피언스리그 파이널 무대로 직행했습니다.
결승전은 드록바, 램파드, 발락, 마케렐레 테리, 체흐 등이 포진되어 있는 프리미어리그의 다크호스 첼시와 맞붙었습니다.
전반 26분, 웨스 브라운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헤더로 연결해 선취골을 따냈습니다.
맨유는 선취골에 힘입으며 전반전을 주도했습니다. 몇 차례의 슈팅을 추가로 날렸지만 체흐의 선방에 번번이 막혔습니다.
그런데 첼시는 한동안 내려앉았다가 어느 순간 역습으로 맨유의 빈틈을 노렸습니다.
전반 막판, 마이클 에시앙의 중거리 슈팅이 맨유 수비진에 의해 굴절되었고, 기회를 엿본 램파드가 세컨드 볼을 따내며 골대로 밀어 넣으며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후반전에 들어서 첼시는 램파드의 골로 분위기 반전에 제대로 성공하며 파상공세를 펼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유는 비디치-퍼디난드 라인을 내세워 철벽 같은 수비를 자랑했습니다.
그렇게 양 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연장에서도 첼시와 맨유는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으나 골대에 맞거나 상대 수비에 막히면서 득점 찬스가 무산되었습니다.
그리고 경기 도중 선수들 간의 마찰이 빚어졌는데 이때 드록바가 비디치의 뺨을 때려 퇴장을 당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로 돌입했습니다.
양 팀의 1, 2번 키커는 모두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그런데 맨유의 세 번째 키커로 나선 호날두의 슈팅이 체흐에게 막히면서 승리의 기운은 첼시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 뒤로 첼시의 램파드, 애슐리 콜, 맨유의 하그리브스, 나니가 킥을 성공시켰고, 첼시의 마지막 키커이자 주장인 존 테리가 골을 넣으면 첼시의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테리가 킥을 하는 순간 빗물에 미끄러지며 공은 허공으로 뜨며 실축했습니다.
6번 키커 안데르손과 칼루의 골로 여전히 긴장감은 팽팽했고, 맨유의 7번 키커 긱스까지 골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첼시의 7번이었던 아넬카의 슈팅이 반 데 사르에 의해 막히면서 경기는 맨유의 우승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과 더불어 무패 우승이라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스쿼드
당시 맨유는 확고한 베스트 11이 있다기보다는 로테이션을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 체력 안배 등을 도모했습니다.
따라서 리그 30경기 이상을 출전한 선수는 에브라, 퍼디난드, 브라운, 호날두, 긱스, 비디치, 캐릭, 데베즈가 전부입니다.
이런 식의 로테이션 운영 방식이 시즌을 끝으로 더블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골키퍼 반 데 사르와 포백 에브라, 비디치, 퍼디난드, 브라운은 최강의 수비를 자랑하며 리그 최소 실점(22실점)을 만드는 데 일조했습니다.
그리고 맨유 역대 최고의 공격진으로 평가받는 루니, 테베즈, 호날두는 시즌 도합 79골을 만들어내며 불을 뿜는 듯한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z
특히 호날두는 시즌 49경기 42골 8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이밖에도 FA 커뮤니티 실드+리그+챔피언스리그 우승, 프리미어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따내며 2008 발롱도르를 수상했습니다.
전술
먼저 큰 틀에서 봤을 때 퍼거슨 감독은 한 경기에서 두 가지 포메이션을 사용했습니다. 공격 상황에서는 루니, 테베즈, 호날두가 1선에 자리한 4-3-3 포메이션을 사용했고, 수비 상황에서는 호날두를 2선으로 내리며 4-4-2 기반의 두 줄 수비 라인을 구축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4-4-2를 택한 것은 수비 상황에서 지역 방어와 협력 수비를 통한 수비 전략도 있었지만, 그보다 공을 뺏은 이후의 역습을 위해서입니다.
맨유 선수들은 수비 상황에서 위의 사진처럼 포지셔닝을 취했습니다. 1선의 호날두가 내려오고, 중앙 미드필더였던 긱스는 측면으로 이동했습니다.
퍼거슨이 하고자 한 축구는 측면을 활용한 역습 축구에 가까웠기 때문에 측면과 전방에 빠른 선수들을 배치해 상대가 라인을 올렸을 때를 노렸습니다.
중원에는 킥이 좋은 캐릭과 스콜스가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역습 상황에서 측면으로 길게 공을 넣어주면 긱스, 호날두, 루니, 테베즈는 알아서 공간을 찾아들어가며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퍼거슨은 역습을 추구하는 동시에 점유율도 신경 썼습니다. 그래서 공격 상황이면 패스의 루트가 많아지는 4-3-3 포메이션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이때 핵심이 되는 선수는 폴 스콜스였습니다. 스콜스는 축구 지능이 굉장히 뛰어나 경기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부분에 일에 관여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특출 나기 때문에 선수들의 포지셔닝을 직접 지시해 공간을 만들어내고, 또 그곳으로 본인이 직접 패스를 주면서 찬스를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선수들의 넓은 활동 반경, 유기적인 스위칭 플레이, 풀백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 등도 이 당시 맨유가 세계 최고로 강했던 이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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