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프리미어리그 '빅 6'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맨체스터 시티는 전성기와 황혼기가 명확히 분류되는 팀입니다. 강등과 리그 우승의 경력이 동시에 있는 맨시티는 2000년대 초반까지도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2008-09 시즌, 만수르 구단주의 등장을 기점으로 반등에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맨시티가 영입한 선수들 중에서는 클럽을 넘어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21세기 맨시티에서 최고의 커리어를 보낸, 맨시티 레전드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조 하트(2006~2018)
첫 번째로 꼽을 선수는 2020-21 시즌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는 조 하트입니다. 하트는 무려 20세에 맨시티 주전 골키퍼 장갑을 착용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출전하며 본인의 잠재성을 어김없이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2008-09 시즌에 돌입하고 경험 미숙에 따른 불안감을 보이며 결국 겨울 이적시장에서 팀으로 합류한 셰이 기븐에게 골키퍼 자리를 빼앗겼습니다.
다음 시즌 하트는 버밍엄 시티로 임대 이적했는데, 여기서 포텐셜이 터져 시즌이 종료되고 리그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010-11 시즌 팀으로 복귀한 하트는 2015-16 시즌까지 평균 약 70%에 이르는 선방률을 기록하면서 리그 탑 골키퍼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2016-17 시즌 팀의 사령탑으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후, 하트의 행방은 묘연해졌습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빌드업이 좋은 골키퍼를 선호하는데 하트는 그에 적합하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하트는 토리노, 웨스트햄 임대를 강행했고, 마지막엔 12년 간의 팀 생활을 털고 번리로 완전 이적했습니다. 현재는 토트넘의 세컨드 골키퍼로서 작은 컵 대회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페르난지뉴(2013~ )
브라질 출신 페르난지뉴는 2013년 샤흐타르 도네츠크를 떠나 맨시티로 합류했습니다. 페르난지뉴의 이적 과정은 다소 황당합니다. 그 이유는 페르난지뉴 본인이 약 400만 파운드를 지불하면서까지 이적을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브라질 대표팀 감독이었던 루이스 스콜라리가 우크라이나 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대표팀 소집 기준 미달이라고 선언한 바 있었기에 페르난지뉴가 그런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이적 초기 페르난지뉴는 눈에 띄지 않는 궂은 일을 맡아했습니다. 포백 보호, 빌드업, 넓은 활동량 등 언성 히어로와 유사한 플레이로 팀 중원의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같은 역할도 맡으면서 더 이상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하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페르난지뉴는 좌, 우측 풀백과 센터백 등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자원이라는 점도 팀에 큰 보탬이었습니다.
2020-21 시즌에는 다비드 실바가 레알 소시에다드로 떠나면서 부주장이었던 페르난지뉴는 자연스레 주장직을 맡았습니다. 현재 페르난지뉴는 35세임에도 불구하고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경기에 임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야야 투레(2010~2018)
탱크와 같은 거대한 몸집을 소유한 야야 투레는 2010년 바르셀로나를 등지고 맨시티로 이적했습니다. 투레는 별다른 적응 기간 없이 곧바로 팀에 녹아들었고, 곧바로 팀의 핵심 멤버로 거듭났습니다. 당시 팀으로 함께 들어온 선수들은 약간의 적응 기간이 필요했지만 투레는 그러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그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이 됩니다.
투레는 2011-12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괴물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몸집은 거대한데 스피드까지 빠르니 상대 팀은 투레를 상대할 때 꽤나 고생했습니다. 이런 선수가 활동량까지 뛰어나 양쪽 페널티 박스를 오고 가며 본인의 존재감을 발산했습니다. 게다가 플레이메이킹, 데드 볼 처리능력까지 갖춰 2011-12~2013-14 시즌까지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투레보다 뛰어날만하다고 할 만한 미드필더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노쇠화로 인해 폼이 떨어진 투레는 이전과 같은 폭발력 있는 드리블은 나오지 못했고, 활동량도 현저히 떨어져 그와 호흡을 맞춘 페르난지뉴만 엄청난 고생을 했습니다. 2016-17 시즌에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시에 따라 좋은 기량을 보였으나, 그 이후로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어 2018년 여름 올림피아코스로 북귀하면서 은퇴 절차를 밟았습니다.
케빈 더 브라위너(2015~ )
'김덕배', '볼 빨간 김덕배'라고 불리는 세계 최고 미드필더들 중 하나인 케빈 더 브라위너는 2014-15 시즌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에서 51경기 16골 27 어시스트라는 경이로운 스탯을 기록하고, 그다음 시즌 맨시티행을 택했습니다.
분데스리가를 지배하고 온 더 브라위너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한 듯 이적 첫 시즌에 41경기 16골 12 어시스트라는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이후 더 브라위너는 여기서 더 발전된 모습으로 경기장에 나타났습니다. 킥력, 시야, 패스, 전진 드리블, 활동량, 프리킥, 축구 지능 등에서 리그 탑을 찍은 더 브라위너는 과르디올라 밑에서 과거 사비 에르난데스와 매우 흡사한 롤로 중원을 지배했습니다.
맨시티에 합류한 이래로 가장 훌륭한 경기력을 보였던 2019-20 시즌에는 48경기에서 16골 22 도움을 기록하면서 완성형 미드필더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0-21 시즌에는 뛰어난 리더십을 인정받아 팀의 부주장직을 맡았습니다. 만약 현 주장인 페르난지뉴가 팀을 떠나게 된다면 자연스레 주장직은 더 브라위너의 것이 됩니다. 더 브라위너는 레전드란 수식어에 비해 팀에 오랫동안 머물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성적만으로도 충분히 그 수식어의 주인이 될 자격이 충분한 선수입니다.
빈센트 콤파니(2008~2019)
맨시티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센터백으로 꼽히는 빈세트 콤파니는 2008년,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맨시티로 이적했습니다. 이적 초기 콤파니는 팀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실력도 뒤처져 주로 벤치를 달궜습니다. 그런데 2009년,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등극한 이후부터 콤파니의 신세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193cm, 90kg의 피지컬을 자랑한 콤파니는 웬만한 상대 공격수와의 몸싸움에서 뒤처지지 않고, 뛰어난 예측력으로 상대의 패스를 인터셉트 해 뒷공간을 잘 내주지 않았습니다. 이밖에도 빌드업, 수비 조율, 멘탈 관리, 리더십, 카드 관리 등이 매우 뛰어났습니다. 또 콤파니와 호흡을 맞추는 센터백은 콤파니의 조력을 받아 수비 상황에서 빛났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선수로는 졸리온 레스콧, 엘리아킴 망갈라, 마르틴 데미첼리스 등이 있습니다.
콤파니는 맨시티를 떠나기 전까지 출전한 대부분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고질적인 부상이 그를 프리미어리그 역대급 센터백으로 기록되는 것을 막았습니다. 매 시즌마다 단·장기 부상이 있었던 콤파니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났습니다. 그 이후로는 고향 클럽인 안데를레흐트로 돌아가 선수 겸 감독으로 뛰다가 2020년부터는 공식 감독으로서 축구 인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르히오 아구에로(2011~ )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약 6년 동안 100골 46 어시스트를 기록한 뒤 2011-12 시즌 개막 전 맨시티로 향했습니다. 아구에로는 이적한 지 1 시즌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시즌이 아구에로에게 더욱 큰 의미로 남았던 이유는 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극장 결승골을 본인이 넣었고, 맨시티에게 44년 만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었습니다.
이후 아구에로는 천부적인 골 감각을 살려 매 시즌마다 평균적으로 30골 이상과 40개의 공격포인트를 적립하며 살아있는 레전드로 평가받습니다. 아구에로는 잔부상이 많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 시즌마다 많은 수의 골을 기록해 소위 말하는 '식스 앤 더 시티'의 주역이었습니다.
아구에로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라인 브레이킹과 골 결정력입니다. 상대 수비수를 속이는 움직임을 통해 오프 사이드 라인에 걸쳐서 침투하는 움직임이 자주 나왔고, 이어진 상황에서 오른발 강력한 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엄청난 골들을 터트렸습니다. 또한 감독이 바뀔 때마다 본인의 역할은 수시로 변했는데, 이에도 잘 적응하면서 프리미어리그 내 최고 공격수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비드 실바(2010~2020)
20세기 중·후반에 맹활약했던 콜린 벨에 이어 맨시티 최고의 레전드로 평가받는 다비드 실바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이며 2010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맨시티로 이적했습니다. 실바는 작은 체격 조건으로 거친 잉글랜드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많은 의구심을 품게 했습니다. 실바는 그런 편견들을 본인의 실력으로 잠재웠습니다.
실바는 오른쪽 측면에서 플레이메이킹에 주력했습니다. 실바는 왼발로 공을 툭툭 치면서 드리블하다가 전방에서 침투해 들어가는 동료 선수를 발견하면 지체 없이 패스를 뿌렸습니다. 나이가 들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와 포지션 변경을 했을 때도 변함없이 좋은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실바의 창의적인 드리블 능력은 좁은 공간에서 더욱 빛났습니다. 흡사 볼이 발에 붙어 있는 느낌을 줄 정도로 정교한 드리블을 구사했습니다.
실바는 맨시티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온 동안 부진했던 모습은 거의 없었고, 맨시티에서의 마지막 시즌인 2019-20 시즌에도 본인의 명성을 떨쳤습니다. 이 시즌을 끝으로 실바는 맨시티와 작별했지만 맨시티는 그간 그의 업적을 기리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동상을 세울 계획이라고 합니다. 실바는 2020-21 시즌부터 고국 스페인으로 돌아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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