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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칼럼

낭만이 느껴지는 바르셀로나 6관왕 시절 스쿼드+과정을 담다.

by 나초미쵸 2022. 4. 30.

2020년, 한지 플릭이 이끈 바이에른 뮌헨이 6관왕(Sextuple)을 차지했었다. 스쿼드에 빈 틈이 없었고, 그 스쿼드로 플릭 감독이 만든 전술은 당대 최강이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당시

 

3톱에 위치한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킹슬리 코망, 세르주 그나브리는 골 폭격을 했고, 그 바로 아래의 토마스 뮐러는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3선에 배치된 티아고 알칸타라와 레온 고레츠카는 환상적인 빌드업과 중원 장악력을 보였다. 포백은 왼쪽부터 알폰소 데이비스, 다비드 알라바, 제롬 보아텡, 조슈아 키미히로 구성되었다, 골키퍼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였다.

 

이들은 밥 먹듯이 우승하는 리그 타이틀을 시작으로 포칼컵, UEFA 챔피언스리그, 국내 슈퍼컵, UEFA 슈퍼컵, FIFA 클럽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 시즌에 우승컵 하나 들어 올리는 것도 엄청난 영광이다. 무관을 기록하는 팀들이 수두룩 하기 때문. 그런데 6개나 되는 우승컵을 다 차지하는 것은 그 클럽에게 있어서 경사다. 

 

한편, 이런 뮌헨보다 11년 전에 6관왕을 달성한 축구 클럽이 있다. 바로 펩 과르디올라가 이끌던 FC 바르셀로나다.

 

08-09 바르셀로나 스쿼드

 

좌우 이미지에 나와 있는 선수들이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스쿼드의 질이 정말 좋다. 3톱에는 앙리, 에투, 메시가 위치했다. 에투는 36골 8어시스트, 앙리는 26골 11어시스트, 메시는 38골 1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지금 와서 보면 바르셀로나 3톱의 임팩트는 정말 강했던 것 같다. 08-09 시즌에는 앙리 에투 메시 트리오, 10-11 시즌에는 비야, 메시, 페드로 트리오, 14-15 시즌에는 네이마르, 수아레즈, 메시 트리오가 있었으니 말이다. 메시는 안 빠지고 계속 바르셀로나 레전드 공격진에 포함된다는 점도 놀랍다.

 

중원은 바르셀로나 역사상 최고의 미드필더 듀오 이니에스타, 사비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야야 투레로 구성되었다. 부스케츠는 당시 야야 투레의 서브였지만, 그다음 시즌에 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주요 원인은 야야 투레의 부상.

 

수비는 아비달, 피케, 푸욜, 알베스다. 바르셀로나 21세기 최고의 4백 라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육각형 수비수 아비달, 발밑이 좋은 피케, 팀의 정신적 지주 푸욜, 천부적인 공격형 풀백 알베스. 이 네 명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최고의 수비 시스템을 구축했다.

 

알베스는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시도하다 보니 알베스가 올라간 자리에는 구멍이 발생했다. 이때 아비달은 중앙으로 좁혀 알베스가 비우고 나간 자리를 메웠다. 또 피케는 커맨더형 센터백으로, 푸욜은 파이터형 센터백으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골문은 발데스 골키퍼가 지켰다. 레이카르트 감독 시절부터 중용받아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끌던 때까지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선방 능력도 뛰어나지만 수비진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발밑 능력을 크게 인정받았다. 다만, 예능 본능이 나올 때가 있어 그렇게 안정감 있는 골키퍼는 아니었다.

 

6관왕 트로피 뭐 있어??

라리가, 코파 델 레이, UEFA 챔피언스리그,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나, UEFA 슈퍼컵, FIFA 클럽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르셀로나, 그렇다면 각 대회에서의 전적은 어떨까?

 

1. 리그 우승

먼저 리그에서 27경기 6무 5패를 기록했다. 리그 첫 경기에서의 1-0 패배, 두 번째 경기에서 1-1로 비기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20경기에서 18승 2무를 기록하며 엄청난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그다음부터 약간 허우적 대더니 리그 최종전까지 5경기를 남겨두고 어느새 2위 레알 마드리드와 4점 차로 좁혀졌다.

 

엘 클라시코 일부 장면

 

그리고 34라운드는 엘 클라시코였다. 이른바 승점 6점짜리 경기가 성사된 것이다. 심지어 경기는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져 바르셀로나의 약세가 예상되었다, 그러나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를 6-2로 격침시켰다. 그렇게 바르셀로나는 6관왕의 초석을 다졌다.

 

2. 코파 델 레이 우승

코파 델 레이에서는 8강 1차전 에스파뇰과의 경기 그리고 4강 2차전 마요르카와의 경기를 제외하고 전승을 거뒀다. 결승은 아틀레틱 빌바오와 치르게 되었다. 전반 8분에 토케로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으며 1-0으로 끌려가던 바르셀로나였다. 하지만 야야 투레의 전반 31분 동점골을 시작으로 메시, 보얀, 사비가 추가 득점에 성공하면서 결국 4-1로 대승한 바르셀로나였다.

 

3.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경기에서는 단 1패만을 기록했다. 해당 경기는 조별 리그 6차전 샤흐타르 도네츠크와의 경기였다. 바르셀로나는 이미 5차전에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기 때문에 로테이션을 돌린 것이 패배의 원흉이 되었다,

 

결승전서 쐐기골을 넣은 메시

 

토너먼트에서는 단 1패도 기록하지 않았다. 올림피크 리옹, 바이에른 뮌헨, 첼시를 차례로 꺾으며 결승에 사뿐히 안착했다. 결승 상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는 2-0 완승을 거두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4. 수페르코파 우승

수페르코파에서는 코파 델 레이와 마찬가지로 아틀레틱 빌바오를 상대했다. 1, 2차전으로 나눠지는 이 대회에서 바르셀로나는 1차전 2-1, 2차전 3-0 스코어로 총합 5-1로 네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5. UEFA 슈퍼컵 우승

UEFA 슈퍼컵에서는 유로파리그 우승팀 샤흐타르 도네츠크와 맞붙었다. 이니에스타의 부재로 그의 자리는 세이두 케이타가 대체했다. 그러나 경기는 바르셀로나의 바람대로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점유율 6대3으로 경기를 지배하다시피 플레이했지만,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아 전후반 90분 내에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연장으로 승부를 끌었다.

 

연장은 양 팀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점유율도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고, 샤흐타르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힘을 과시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바르셀로나 편이었다. 교체 투입된 페드로가 115분에 결승골을 넣은 것. 이로 인해 바르셀로나는 5관왕을 기록했고, 섹스튜플(6관왕)까지 FIFA 클럽 월드컵 하나만 남게 되었다.

 

6. FIFA 클럽 월드컵 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포항 스틸러스도 참여한 이 클럽 월드컵에서 바르셀로나는 준결승부터 경기를 치렀다 상대는 북중미카리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아틀란테였다. 바르셀로나는 로야스에게 경기 시작 5분 만에 선취골을 내줬다. 하지만 부스케츠가 동점을 만들고, 메시와 페드로의 추가골로 3-1 역전승을 거뒀다.

 

결승은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의 우승팀 에스투디안테스와 맞붙었다. 포항을 꺾고 올라온 에스투디안테스는 강팀이었다. 전반 37분에 골을 넣어 후반 정규시간 종료 1분 전까지 골문을 탄탄히 지켰다. 그러나 이 교착 상태는 페드로가 깼다. 후반 종료 1분 전에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킨 것. 승부는 연장으로 흘러갔다. 연장전의 주인공은 에이스 메시였다. 메시는 연장 110분에 기가 막힌 역전골을 넣어 팀의 6관왕 대관식을 장식했다.

 

우승 직후 기쁨을 나누는 바르셀로나 선수단

 

6관왕 시절 바르셀로나는 전설이다. 솔직히 이 스쿼드라면 우승컵 한두 개 정도는 들 것으로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6개의 대회에서 트로피를 싹쓸이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가장 화려한 스쿼드를 자랑하던 갈락티코 1기 멤버, 카시야스, 호베르투 카를로스, 구티, 호나우두, 지단, 살가도, 베컴, 피구, 모리엔테스, 마켈렐레 등도 6관왕은커녕 트레블도 달성하지 못했다.

 

초호화 멤버를 거느리더라도 공수 밸런스, 전술, 위닝 멘탈리티, 수뇌부와 선수단 간의 커뮤니케이션 등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거나 갖춰지지 않으면 팬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기란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바르셀로나의 6관왕은 뜻깊은 의미를 갖는다. 스쿼드에 포함된 대부분의 선수들이 라 마시아 출신들로 이뤄져 있어 팀을 위해 온 몸을 불사른다. 감독은 팀에 최적화된 전술을 구상하고, 선수들은 그에 맞춰 움직인다. 타 팀에서 영입된 선수들도 자연스레 팀에 녹아들고, 팀 컬러를 유지해나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시즌에 이렇게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운도 분명히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팀. 그 팀이 바르셀로나였다.

 

챔스에서 우승 세레머니를 하는 바르셀로나

 

2009년도의 바르셀로나는 낭만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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