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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명경기 분석

유로 2012 조별 리그 스페인 vs 이탈리아 경기 분석

by 나초미쵸 2020. 3. 7.

 

 안녕하세요~

 오늘은 2010년 대 명경기에 제 1편에 대해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경기 선정에 있어서는 제가 본 경기에 한해서만 입니다. 경기명을 말씀드리면 바로 '아~'하고 아실 겁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볼까요?? (사진 화질 양해 부탁드립니다ㅜ)

UEFA 유로 2012 조별리그 C조 1경기 스페인 vs 이탈리아

feat. 한준희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승부

 

 

양 팀 선발 라인업

 

 

 

 라인업만 봐도 엄청난 가치를 자랑하는 양 팀의 선발 명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스페인에 비해 전력상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스페인은 당대 무적함대의 위용을 뽐냈습니다

 

전술 포인트

-파브레가스의 제로톱

-프란델리의 데 로시 기용

 

 하지만 스페인은 스트라이커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토레스, 요렌테, 네그레도 등 나름 네임밸류를 자랑하던 선수들이 있었지만 스페인의 골게터로서는 적임자가 없던 것이었죠. 이에 델 보스케는 파브레가스 제로톱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전문가들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전술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파브레가스는 FC바르셀로나 소속이었고, 스페인 대표팀 베스트 일레븐에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절반 이상 포함되어 있었으며, 무엇보다 파브레가스는 제로톱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잠시 바르셀로나를 예로 들어 제로톱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2010/2011 정규리그 13라운드 엘 클라시코

 

 

 

 위 사진은 바르셀로나가 제로톱 전술을 통해 골로 연결한 과정의 한 장면입니다. 메시가 미드필드 지역으로 내려와 상대 선수 세 명의 주위를 끌고 이니에스타에게 패스를 건넵니다. 동시에 페드로는 왼쪽 중앙 지역으로 내려와 페페의 움직임을 앞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이때 레알은 순간적으로 3백으로 형성되었으며, 페페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공간이 발생했습니다. 카르발료는 발생한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사비는 오른편에서 침투해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받아 골로 연결합니다. 이처럼 제로톱은 상대 중앙 수비수의 움직임을 이끌어낸 뒤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 진영에 공간을 발생시켜 침투하는 선수에게 공을 연결해 골로 마무리하는 연쇄적인 전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유로 경기로 돌아와 프란델리는 데 로시에게 3백의 중심이 되는 스토퍼 역할을 부여해 스페인의 제로톱에 응수했습니다.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자 전문가들은 상당히 놀랐습니다. 이유는 3백의 이탈리아 때문입니다. 스페인은 제로톱 전략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다고 세 번째 문단에서 언급했습니다. 한데 제로톱 전략으로 나온 상대를 상대로 3백 전술을 구사한다는 것은 전술적 이론으로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상대 팀 제로톱은 미드필드 공간에서 머무르기 때문에 본인 팀 중앙 수비들은 맡을 선수가 없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진이 할 수 있는 건 전무하겠죠. 따라서 제로톱 전술로 한 상대에게 중앙 수비 숫자를 늘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란델리는 모두의 생각을 뒤집어 놨습니다.

 

 

 

 

 

 

 그는 공을 소유한 상대 제로톱에게 강하게 압박하게 했습니다. 파브레가스가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을 잡았을 때, 키엘리니는 전방으로 나가 파브레가스를 압박합니다 만약 기존의 4백을 사용했더라면, 중앙 수비수가 파브레가스를 막으러 갈 때 수비 조직에 큰 구멍이 발생했겠죠? 하지만 3백을 가동시킴으로써 스토퍼 데 로시는 키엘리니가 위치했던 공간을 커버해 수비 조직에 허점이 발생하지 않게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파훼법이지만 이 파훼법을 맨처음으로 발상한 프라델리가 그저 대단하다고 느껴지네요..

 

전반전 키포인트

-발로텔리의 활동량

-데 로시, 피를로의 측면 공략

-5명의 공격수 스페인

 

 

 

 

 

 

 

 당시 바르셀로나, 스페인을 상대하는 팀은 라인을 내렸다가 카운터 어택으로 치고 나가는 전술을 펼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전반 초반부터 카사노, 발로텔리가 중앙 수비를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그리고 전반전 이탈리아의 수비 상황 시 프란델리로부터 이름을 가장 많이 불린 선수는 발로텔리입니다.

 

 

 

 

 

 

 발로텔리는 센터서클 부근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고 공을 운반하는 역할을 도맡았습니다 그리고 발로텔리가 내려오면, 모타와 마르키시오는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해 상대 수비라인을 끌어내려 발로텔리에게 드리블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줬습니다.

 

 

 

 

 

 

 

 위의 세 이미지들은 모두 데 로시가 전방으로 롱패스를 뿌려주는 장면입니다 이는 데 로시의 롱패스 능력과 제로톱의 약점을 이용한 이탈리아의 빌드업입니다. 파브레가스는 톱 자원이 아닐뿐더러 상대 중원의 사령탑인 피를로를 묶어야 했습니다. 때문에 상대 수비라인까지는 압박을 가하지 못했죠 .이 점을 이용한 프란델리는 데 로시로 하여금 마지오, 지아케리니와 같이 측면의 발 빠른 선수에게 공을 연결하게끔 경기시작에 앞서 주문했습니다. 그의 패스는 시도하는 족족 성공했고, 이는 스페인을 당황케 했습니다.

 

 

 

 

 

 

 

 이탈리아 대표팀, 클럽 소속팀에서 로빙 스루패스를 주무기로 삼고 있는 피를로 역시 본인에게 공간이 발생하면 주저 않고 전방에서 뛰어가는 선수들을 향해 공을 배급했습니다.

 

 

 

 

 

 

 하지만 피를로의 이런 모습은 전반전에서 단 두 차례만 연출되었는데요. 위의 장면과 같이 파브레가스, 이니에스타, 알론소 이 세 명의 선수가 공을 잡은 피를로를 제어하기 위해 그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기 때문입니다.

 

 

 

 

 

 

 위는 각각 전반 28분, 38분에 나온 장면입니다. 시선을 양 사이드에 두면 스페인의 양쪽 윙백들이 라인을 높게 가져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사이드로 넓게 벌려줌으로써 스페인은 경기장을 넓게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의 양쪽 윙어인 이니에스타와 다비드 실바가 중앙으로 들어와 플레이하면서 중원에 선수들을 포화시켜 패스 플레이를 통한 득점 루트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후반전 키포인트

-프란델리의 용병술 적중

-티키타카 가동

 

 

 

 

후반 10분에 교체 아웃 되는 발로텔리

 

 

 

 

 발로텔리는 그가 뛴 55분의 시간 동안 엄청난 활동량을 소화했기 때문에 체력적 한계에 다다라 비교적 이른 시간에 디 나탈레와 교체되었습니다.

 

 

 

 

 

 

 발로텔리가 교체하고 난 4분 뒤, 파브레가스는 상대팀의 골로 직결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합니다. 순간 후방 플레이메이커 피를로에게 자유를 내준 것인데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날 파브레가스는 이탈리아가 빌드업을 할 시 피를로를 타이트하게 압박하는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피를로는 자신을 압박하려 달려든 부스케츠를 가볍게 제치고 이후 완벽하게 열린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상대의 중앙 수비 사이에서 앞으로 뛰어 들어가는 디 나탈레 쪽으로 공간 패스를 넣어 줬고, 디 나탈레는 노련한 스트라이커답게 스페인의 키퍼 카시야스의 오픈된 공간이었던 왼쪽을 향해 오른발 인프런트 킥으로 깔끔한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파브레가스의 방심을 틈탄 피를로의 전진 드리블과 키 패스가 돋보였던 골 장면이었습니다.

 

 

 

디 나탈레의 골 장면

 

 

 

  다음은 스페인 파브레가스의 동점골 장면입니다.

 

 

 

 

 

 

 후반 이탈리아는 카사노를 제외하고, 9명의 필드 플레이어 선수들이 수비태세를 갖췄습니다. 이때 주목할 점은 이탈리아는 측면을 버리고 중앙에 운집해있다는 점입니다. 스페인은 중앙에 선수들이 집중포화, 이에 프란델리는 골은 중앙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는 판단하에 측면을 버리고 중앙을 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스페인은 실점을 허용한 지 3분 후 수비 명가 이탈리아를 무너뜨렸습니다.

 

 

 

 

 

 

  공을 잡은 사비는 이니에스타에게 패스했습니다. 이탈리아의 수비진은 실바, 알론소에 대한 마킹은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이니에스타에게는 프리한 움직임을 내주었습니다. 이것이 이탈리아 실점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보누치는 뒤늦게 이니에스타를 막으러 나섰지만 이미 한 발 늦었습니다. 이니에스타의 드리블에 이은 패스는 실바에게 연결되었고, 파브레가스는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뛰어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때 이탈리아의 수비라인을 보면 중앙 수비수와 측면 수비수의 간격이 벌어진 것을 볼 수 있죠? 파브레가스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패스를 건넨 이니에스타는 보누치가 실바에게 가지 못하게 전진했고, 실바는 오른쪽으로 터닝 동작을 빠르게 가져갔습니다. 실바와 파브레가스는 눈이 맞고, 실바는 기가 막힌 패스를 공간으로 넣어줍니다.

 

 

 

 

 

 

  실바는 키엘리니를 앞으로 끌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빈 공간에 대각으로 침투하고 있던 파브레가스를 향해 패스를 내주었습니다. 스페인 최고의 왼발 드리블러 다운 면모를 보여준 실바네요! 공을 잡은 파브레가스는 왼발 논스톱 슛으로 가볍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 골이 더욱 놀라운 건 사비의 첫 패스부터 파브레가스의 마무리까지 단 5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대 최강 스페인의 클래스를 여실히 보여줬네요.

 

 

 

파브레가스의 골 장면

 

 

 

 스페인의 동점골을 마지막으로 양 팀의 난타전은 잦아들었고, 경기는 그대로 1 대 1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경기 전에 이탈리아의 난전이 예상되었지만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준 이탈리아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네요. 아, 그리고 여담으로 두 팀은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결과는 스페인의 4 대 0 대승으로 끝났습니다ㅎㅎ 이 경기를 다시 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유튜브에 영어로 치시면 나올 거에요! 다만 화질은 보장 못합니당 다음 포스팅의 키워드는 '캄프 누의 기적'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다음 포스팅에서 돌아오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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